새봄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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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생활반경이 겹치는 까닭에 이따금 접점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런 때면 너의 이야기를 과거처럼 기다리는 사향쥐가 되어 있곤 했는데 이제는 연락이 와도, 너를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 너와 나는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관계가 되어 버렸고 앞으로도 변동없이 그러할 것이다. 어떤 라벨링을 붙일 필요도 없는 그런. 

and

어떤 중요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엔 나는 그녀를 마주하는 같은 내용의 꿈을 꾼다. 늘 나는 거짓말을 한다. 20대의 내 입장에선 그렇지 않겠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꿈에서 깬 후 옆에 잠들어 있는 아들을 토닥이며 이게 현실이지 하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는 모든게 어쩔 수 없지만.

and

옥상에 올라가 앉아 본다. 늦은 가을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따뜻한 오늘이다. 이런 때를 위해 가져온 간이 의자. 아래를 내려다 볼 수는 없어 맞은 편을 본다. 마천루라고 부르기엔 좀 아쉬운 건물들이 맥락없이 나열되어 있고, 창은 규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의 관성도 없어 보인다. 이 대목에서 어떤 작가 분은 '빌어먹을 인간들!'이라는 표현을 썼겠지만 나는 아직 인간에 대해 깊게 실망해 본 적이 없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열기가 올라온다. 수증기인지 다른 방식의 열에너지의 배출인지 멀리 있는 내가 알 턱이 없다. 그래도 무엇인가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으니 지켜보게 된다. 나와 관계없는 사건의 발생이자 흐름이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무방비 상태로 바라본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사실 지금도 문제일지 모르지만-다이옥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 위험을 느끼기엔 애초에 지금 나는 옥상에 올라와 있고, 차라리 북한이 사랑하는 핵무기가 어쩌면 서울 중심부에 낙하할 예정인지의 사항을 더 걱정해야 하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당일 사형 집행이 결정된 사람이 마지막 아침 식사로 고른 것이 민트 아이스크림이라는 글을 읽었다. 인간은 참으로 잔인하다고 느꼈다. 왜 그런 부질없는 선택권만을 남겨 두고 모든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걸까. 왜 아무 것도 아닌 것만 남겨두면서.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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