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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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가 앉아 본다. 늦은 가을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따뜻한 오늘이다. 이런 때를 위해 가져온 간이 의자. 아래를 내려다 볼 수는 없어 맞은 편을 본다. 마천루라고 부르기엔 좀 아쉬운 건물들이 맥락없이 나열되어 있고, 창은 규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의 관성도 없어 보인다. 이 대목에서 어떤 작가 분은 '빌어먹을 인간들!'이라는 표현을 썼겠지만 나는 아직 인간에 대해 깊게 실망해 본 적이 없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열기가 올라온다. 수증기인지 다른 방식의 열에너지의 배출인지 멀리 있는 내가 알 턱이 없다. 그래도 무엇인가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으니 지켜보게 된다. 나와 관계없는 사건의 발생이자 흐름이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무방비 상태로 바라본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사실 지금도 문제일지 모르지만-다이옥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 위험을 느끼기엔 애초에 지금 나는 옥상에 올라와 있고, 차라리 북한이 사랑하는 핵무기가 어쩌면 서울 중심부에 낙하할 예정인지의 사항을 더 걱정해야 하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당일 사형 집행이 결정된 사람이 마지막 아침 식사로 고른 것이 민트 아이스크림이라는 글을 읽었다. 인간은 참으로 잔인하다고 느꼈다. 왜 그런 부질없는 선택권만을 남겨 두고 모든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걸까. 왜 아무 것도 아닌 것만 남겨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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